웹부라우저에서 제대로된 애니메이션을 지원하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HTML5이전에 웹브라우저에서 애니메이션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Flash 가 필요했다.
윈도우를 설치하고 웹브라우저에 들어갈 때 마다 지겹게 보던 그 flash player를 설치하시겠습니까? 라는 메세지는 더 이상 볼 수 없게되었다. 마이크로 소프트는 올해말을 기점으로 Adobe Flash 지원을 종료하는 것을 발표하였다. MS Edge 브라우저에서는 Flash를 비활성한다고 하니 이제 flash 를 기반으로 하는 사이트들도 이제 바꿔야 할 시간이 한달도 채 안남았다.
2020년 12월 31일에 Adobe Flash 지원 종료 | Microsoft Docs
플래시가 영상이나 그래픽에 특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영상처리를 요하는 교육, 영상, 게임 등 하이 퀄리티의 웹사이트에 많이 사용되고 있었는데 이전 비용이 꽤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MS가 갑자기 Adobe Flash Player를 종료하는 것은 아니고 Adobe사는 이미 Web 뿐만 아니라 어느 플랫폼에도 게시할 수 있는 통합 애니메이션 제작 툴을 갖추고 있다. 어보디 프리미어 프로에서 바로 편집하고 유튜브 등에 바로 업로드 할 수 있으니 굳이 웹브라우저에 목매달 필요는 없다. 이렇게 오래 남아있었던 것은 웹이 상당기간 3자 플러그인에 의존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웹의 활성화는 90년대 후반에 시작해서 지금까지 2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데 관련된 기술의 도입은 생각보다 느리다. 특히 웹표준이 심한데 2017년에 grid 레이아웃이 등장하자 사람들이 외쳤다. 18년만에 드디어 그들이 만들었군요!
웹은 전세계의 사람들이 쓰기 때문에 어느 특정 국가에 있는 기업의 소유물이 아니라 발전이 느린 부분이 있다. 또 과거 프로그램과의 호환성 문제도 관련되어 있다. 웹에 grid 기능을 넣는게 18년이나 걸렸다. 누가 봐도 18년 전에도 할 수 있었던 기술이다. 지금봐도 손색이 없는 3D게임 하프라이프1의 발매일이 1998년이다. 3차원 좌표를 자유자재로 다루던 시대에 모든 사람이 사용하는 2D 웹의 레이아웃 기능을 넣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니까 기술의 발전은 눈이 부신데 어떨 때 보면 적용하는 것은 참 느리게 보인다. 지금도 float 방식을 많이 사용하는 웹이 많은 것을 보면 사람이 하나의 기술에 익숙해지면 최신의 기술이 나온다고 과거의 습관을 쉽게 바꾸지 못하는 것 같다.
HTML5나 자바스크립트 프레임워크가 진화한 시점에 이미 사라졌어야 하는 Flash Player 였으나 꽤 오래 버틴 것은 많은 기업들이 웹사이트를 구축할 때 Flash 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웹사이트를 한번 구축하는데는 큰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최대한 오래 쓰는 것이 좋다.
Adobe 가 장사를 잘했다...
Player라는 이름이 말해주듯이 원래 웹사이트를 위한 목적보다는 웹의 애니메이션 솔루션 중의 하나였다. 지금이야 영상의 시대지만 불과 10년 전만 해도 웹에서 영상을 다루는 기술이 많이 보급되지는 않았다. 지금은 유튜브,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중심이지만 얼마전에는 다운로드 중심이었다. 최근에 모 연예인의 동영상 불법 다운로드가 이슈가 되는 것을 보고 세월이 참 빨리 변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사람들이 다운로드를 통해서 예전처럼 큰 가치를 얻기가 힘들겠구나.
오리지널 콘텐츠를 1등으로 보고 싶으면 넷플릭스의 알림을 켜놓고 있어야 하고 좋아하는 유튜버의 라이브를 보고 싶으면 유튜브 알림을 설정해놓으면 된다. 아침에 컴퓨터에 다운로드를 걸어놓고 퇴근 후에 최신 영화를 감상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물론 당시에도 불법 다운로드에 대한 큰 이슈가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컨텐츠의 복제를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다행히도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는 인터넷에 지나친 통제를 하려고 들지 않았다.
결국 시간이 지나자 모든 것은 정립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유튜브 영상에서는 광고를 봐야 하고 넷플릭스를 이용하려면 요금을 내야한다. 컨텐츠의 생산자, 유통자, 사용자 모두가 좋아졌다. 특히 사용자는 유튜브의 광고를 본다고 호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는 것이 아니며 넷플릭스는 한달 1만원 정도로 수많은 오리지널 컨텐츠와 전세계에서 히트한 영화, 드라마를 고화질 스트리밍 서비스로 볼 수 있다.
다운로드 시대에 영화 하나를 다운받는 요금과, 혹은 소장용 DVD의 가격을 생각하면 소비자는 어마어마한 혜택을 누리는 것이다. P2P사이트나 토렌트에서 영상 다운로드를 받아 보는 것이 쿨하다고 생각되던 시대가 있었다. 그 때도 약간 다크한 세계라는 평판이 있었지만 컨텐츠가 세상에 나온 이 시점에서는 더욱 인터넷의 뒷세계의 평판으로 가고 있다.
물론 양지에서 구할 수 없는 데이터를 얻기 위한 음지는 항상 세상에서 없어지지 않는다. 낮과 밤이 있는 것 처럼 인터넷에는 표면웹(Surface web)이 있고 그 아래 엄청난 데이터가 매장(?)되어 있다. 이들은 일반적 구글 검색으로 접근이 되지 않는 곳이다.
Surface Web is Only the Tip of the Iceberg - Traversals
torrent 와 같은 P2P는 또 다른 개념인데 위의 사진은 서버에서 돌아가지만 P2P는 클라이언트 겸 서버에서 돌아간다. Person to Person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기 때문에 처음에 클라이언트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뭐랄까 네트워크에서 컴퓨터들의 민주주의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4차산업의 풀리지 않은 숙제 블록체인이 P2P 방식을 사용한다. 블록체인은 대중에게 생소하지만 만약 블록체인이 진짜로 실현되면 세계의 문명이 바뀔 정도로 혁신적인 기술로 알려져 있다. 단지 기술적으로 완전히 해결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불법 다운로드 컨텐츠는 인터넷 초창기 처럼 그렇게 큰 위세를 떨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최근의 박사방 사건이 무거운 중형의 선고를 받으면서 인터넷의 뒤안길은 점점 사라져 가는 것 같다. 토렌트와 P2P는 인터넷의 또 다른 측면이지만 어차피 토렌트에서 유튜브를 볼 것도 아니고 넷플릭스에 한달에 1만원 내지 못해서 토렌트를 본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오늘날 현명한 시청자는 뭔가 재미있는 것을 보기 위해서, 정보를 얻기 위해서 웹과 앱을 통해야 한다. 그리고 영상을 보거나 글을 읽는다. 영상이 좀 더 긴 시간을 봐야 하지만 확실히 제공하는 정보는 텍스트보다 더 많다고 한다.
웹에서 움직이는 것을 보고 싶던 시절이 있었다. 시간이 흘러서 이제는 TV 못지않게 제대로 움직이는 것을 보고 또 보고 있다. 그 과정의 중간에 Adobe Flash가 있었고 P2P가 있었고 많은 기술이 지나간다. Flash Player의 종료는 한 시대의 끝을 선언하는 것 처럼 느껴진다.
한 몇년간은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우리 곁에 있을 것이고 그 다음은 뭐가 될까? flash player가 활발하게 재생되던 그 때 유튜브라는 것을 상상했을까? 뭐가 되었건 다음에 오는 세상을 좀 더 빨리 생각한다면 좋을 것이다. 지금은 인터넷과 IT기술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생각해보기 좋은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