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5일 역사적 인물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타계했습니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인지도를 생각하면 이제는 고 정주영 현대 회장보다도 유명한 인물일 것입니다.
대학시절 이건희 회장의 어록에 대하여 선술집에서 토론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오늘은 고인을 기리며 이건희 어록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
"결국, 내가 변해야 한다. 바꾸려면 철저히 바꿔야 한다. 극단적으로 얘기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
이건희 자서전에 나왔던 내용으로 유명하죠. 여기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 는 문장은 삼성 뿐 아니라 많은 기업들의 뼈를 때리는 말로 흔히 인용되었습니다. 당시는 삼성이 하면 다른 기업이 따라했던 시절이었습니다. 많은 기업들은 삼성의 조직문화를 흉내내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아마 그런 풍조가 가장 활성화된게 2000년대 초반이었을텐데 삼성 출신들의 경영 컨설팅, 교육도 활성화되고 있었죠. 기업의 자기계발 열풍이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1997년까지의 IMF 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써도 자주 인용되었던 말입니다. 바꿔라. 철저히 마누라와 자식만 건드리지 말고, 그건 인간으로써의 최소한의 도리니까. 그것 말고 과거의 인습들은 다 끓어내버리자라는 강력한 의지였습니다. 대단한 것은 프랑크푸르트 선언은 아직 국가 주도 개발시대인 1993년에 미리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IMF가 1997년에 오고 수많은 기업이 무너졌음에도 삼성은 오히려 그 기간을 지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황금기가 옵니다. 세상에 오늘까지 했던 일을 이제부터 바꿔야 한다는 말이 제일 어려운 말입니다. 변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1995년 베이징 특파원 간담회에서 '우리나라의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조직은 3류, 기업은 2류다'라고 합니다.
일종의 풍자라고 생각됩니다. 정부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는게 아니라 정치와 관료주의가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말을 돌려까기한 거죠. 25년이 지난 지금 삼성전자는 초일류기업이라고 말하셨겠죠. 세계의 평가는 확실히 1류 기업이 맞습니다. 이런 부분에 겸손할 필요가 없습니다. 국뽕이 아니라 팩트니까요.
정치와 관료 기업이 원래 다 같은 사회에서 잘 살자고 하는 일인데 원론적으로 보면 정치와 행정은 항상 기업을 제한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무분별하게 기업의 생산활동이 우선시 되면 시장실패가 일어납니다. 다만 기업이 돈을 버는 것은 금액적 측정이 잘 되는데 시장실패는 외부효과기 때문에 금액으로 측정이 잘 안되고 와닿지도 않습니다.
이건희 회장의 후계자 이재용 회장은 아버지의 상중에도 삼성관련 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해야 하는 신세입니다. 국민적 관심이 쏠려있지만 공과사는 구분해야죠. 재벌가의 숙명인 것 같습니다.
* 2003년 신경영을 선언한 10주년 기념사에서는 “신경영을 안 했으면 삼성이 2류, 3류로 전락했거나 망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하다. 신경영의 성과를 어려운 국가 경제위기 극복과 국민 생활에 도움이 되도록 확산시켜 나가자”고 말했습니다.
1993년 프랑크프루트 선언 이후 10년만에 드디어 1류가 되었다고 말하신 겁니다. 등골이 오싹하다는 것은 만약 신경영으로 새로 시작하지 않았다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을 순간을 지나왔다는 말입니다. 지금은 굴지의 초일류기업 삼성전자도 IMF외환위기 이후 취약성에 노출되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대우그룹을 비롯해 수많은 회사가 부도나 파산을 맞았습니다. IMF 전의 대한민국의 브랜드와 그 후 한 2002년(월드컵때)의 브랜드는 크게 달라졌죠. 많은 회사가 사라지고 생겨났으며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회사도 많습니다. 확실히 이건희 회장의 어록과 함께 위기는 기회다라는 말도 유행했었네요.
*2013년 신경영 20주년 기념사에서는 "우리는 1등의 위기, 자만의 위기와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하며, 신경영은 더 높은 목표와 이상을 위해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며 "실패가 두렵지 않은 도전과 혁신, 자율과 창의가 살아 숨쉬는 창조경영을 완성해야 한다. 열린 마음으로 우리의 창조적 역량을 모으자"고 말했습니다.
심근경색으로 쓰러진게 2014년이었으니까 아마 고인의 인생 황혼의 메시지라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1등의 위기 자막의 위기와의 힘겨운 싸움이라는 말이 멋있네요. 과거 한국은 세계 1등이란걸 해본적이 거의 없습니다. 전자제품은 소니, 자동차는 도요타, 컴퓨터는 IBM, 마이크로 소프트 등 항상 그런 컴플렉스가 있었죠. 그런데 삼성이 반도체로 소니를 꺾기 시작하더니 그 위치를 십년이상 지키고 있는 것 입니다.
우리가 1등이래? 대한민국이 1등이야. 드디어 그토록 원하던 삼성전자의 무한 국뽕시대를 열었습니다.
2013년에 미국 맨하탄에 갔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의 명동에 비견되는 메디슨 스퀘어에 삼성의 광고판이 아주 크게 걸려있는 것을 봤습니다. 미국 사람들은 삼성이 일본회사라기도 했지만 그건 상관없었습니다. 삼성은 이미 초일류 글로벌기업으로 발돋음했으니까요. 그리고 이건희 회장의 선견지명과 같이 단번에 초일류기업에 들어간 후로 현재까지도 1위를 내주지 않고 있죠.
창조경영이란건 더이상 따라잡을 대상이 없는 1위가 하는 경영방식입니다. 그전까지 한국 경제는 fast follower 였다고 하죠. 1등을 빨리빨리 따라잡아서 2위라도 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창조적인 방식보다는 주로 모방과 따라하기를 사용하기에 궁극적으로 1위를 탈환하는게 쉽지는 않습니다만 2위까지 가는 것도 대단한 것이죠. 이건희 회장이 과거 기업을 2류라고 말했던 것은 아직 남을 따라잡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당시 TV도 제대로 못만드는 나라가 반도체 사업을 하겠다고 뛰어드니 얼마나 허튼 소리라고 들렸을까요. TV나 VCR은 일본 소니가 최고였습니다. 지금은 3류 브랜드 같죠. 한국에서 소니 TV를 쓰는 사람이 있을까 싶네요. 90년대에는 최고였습니다.
사실 2013년 쯤 되니까 이건희 어록은 세계의 석학들이 하는 말과 비슷해졌습니다. 더 이상 그의 말 에만 귀기울일 필요도 없어졌죠. 이미 한국인들의 무대는 세계로 넓혀졌습니다. 하버드 석학의 이야기를 적용해야할 단계에 와버린 것이죠. 정말 대단합니다.
한국에 대한 외국학자들의 시선은 특별합니다. 사회주의 북한과 자유주의 남한의 전쟁이 70여년 전 입니다. 남한에는 삼성과 현대 LG 포스코 등 초일류, 일류기업들이 가득합니다. 북한에는 이름있는 기업이란게 있는지 조차 모르겠군요. 우리는 근본적으로 같은 민족이고 거리상으로도 매우 가깝습니다. 남한 북한을 다 합쳐도 원래 작은 나라니까.
바로 시스템의 차이죠. 이건희 회장이 북한에 태어났었다면 삼성전자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 입니다. 그들에게는 사유 재산으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라는 단체는 허용되지 않았을 테니까요.
많은 분들이 이건희 회장의 별세를 안타깝게 생각하고 이것이 하나의 시대의 변화를 말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한 세대가 지나가고 새로운 세대가 온다. 지나간 세대가 쌓아올린 역사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인류의 숙명입니다.
이제는 대한민국만의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세계인이 삼성의 의지를 이어갈 것 입니다.
RIP 혼돈의 시대의 영웅 이건희 회장님, 고이 잠드소서~